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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노다메 칸타빌레

[음악탐구] 거슈인(거쉰) - 랩소디 인 블루/Gershwin - Rhapsody in Blue

by 내마음의별 2017. 12. 23.

거슈인(거쉰) - 랩소디 인 블루
Gershwin - Rhapsody in Blue

 

 이 곡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메인 엔딩곡으로 유명하며 드라마의 중간 중간에도 배경음악으로 자주 삽입된다. 노다메 칸타빌레 1화에서 노다메의 쓰레기 방에서 치아키가 깨어났을 때 노다메가 "어제 일... 기억나세요?"라며 익살스럽게 물어보자 치아키가 당황해 하는 장면에서 이 곡이 처음 등장한다.

 

 

 미국의 작곡가 거슈인(George Gershwin)은 재즈와 같은 새로운 소재를 클래식의 형태로 재구성하여 전통적인 구성과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작곡하여 음악 역사의 방향을 새로이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데, '랩소디 인 블루'에 그러한 측면이 잘 드러나 있다. 이 곡은 거슈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미국의 재즈 음악 작곡가 폴 화이트먼(Paul Samuel Whiteman)의 의뢰로 작곡되었으며 1924년 2월 12일, 뉴욕의 에올리언 홀에서 ‘현대음악의 실험(An Experiment in Modern Music)'이라는 제목이 붙은 음악회에서 처음 선보였다. 음악회 제목이 '실험'이라는 점이 특이한데 화이트먼에 따르면 당시의 '실험'은 교육적인 목적을 갖고 있었으며 공연 전의 작품 해설이 주목적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음악가와 평론가, 지식인 등이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는 러시아의 작곡가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네이버캐스트'에 당시 분위기를 설명해 놓은 글이 있는데 흥미로워 가져와 보았다.

 

당시 에올리언 홀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었다. 많은 작품들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들렸고, 홀의 환풍기도 고장난 상태였다.
청중들은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 '랩소디 인 블루'의 도입부인 글리산도(glissando)[각주:1]로 연주하는 클라리넷 선율이 들려왔다.
청중들의 눈은 갑자기 초롱초롱해졌다.

 

 아래는 미국의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New York Philharmonic)의 연주 영상이다. 번스타인이 직접 피아노를 치며 지휘한다.

 

 

 초연은 대성공을 거두어 이 작품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고 거슈인에게 작곡가로서의 큰 명성을 안겨다 주었다. 이 곡은 원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것이었지만 거슈인과 함께 화이트먼 악단의 일원이었던 그로페(Ferde Grofe)에 의하여 여러 버전으로 편곡 되었는데 가장 유명하며 자주 연주되고 녹음되는 것은 마지막 편곡인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이다. 위의 영상 역시 이에 해당된다. 또한 이 곡의 제목은 원래 거슈인이 직접 지은 '아메리칸 랩소디(American Rhapsody)'였는데 작사가였던 그의 형 아이라 거슈인(Ira Gershwin)이 미국의 화가 제임스 맥닐 휘슬러(James Abott McNeill Whistler)의 전시회를 보고 영감을 받아 '랩소디 인 블루'라는 제목을 제안하여 바꾸었다고 한다.

 

 아래는 당시 아이라 거슈인이 전시회에서 감상한 그림들 중 일부다.

 

  

 

(좌) 검정과 금빛의 야상곡-떨어지는 불꽃/Night in Black and Gold - The falling Rocket (1871)

(우) 회색과 검정의 배열, 화가의 어머니/Arrangement Grey and Black No. 1, Whistler's Mother (1874) ['회색과 검정의 배열'이 정확한 명칭이지만 '화가의 어머니'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화이트먼에게 곡을 작곡 받았을 당시에 거슈인은 새로운 곡을 작곡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는 작곡을 계속 미루다가 화이트먼과의 통화에서 화이트먼의 라이벌, 피아니스트이자 재즈 밴드 리더인 빈센트 로페즈(Vincent Lopez)가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하고자 하는 화이트먼의 '실험' 아이디어를 베끼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5주를 남긴 채 서둘러 작업에 들어간다. 거슈인은 보스턴(Boston)으로 여행을 떠나는 열차에서 '랩소디 인 블루'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데 그는 이 일을 1931년에 그의 첫 번째 전기(傳記) 작가 아이작 골드버그(Issac Goldbug)에게 이야기 했다.

 

 아래의 해석은 '네이버캐스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건 기차 안이었다네. 열차 바퀴가 선로 이음새와 마찰하는 덜컹거리는 소리는 종종 작곡가들에겐 좋은 자극이 되지.
종종 큰 소음이 나는 가운데서 음악을 듣곤 하네. 거기서 갑자기 '랩소디 인 블루'의 구조가 처음부터 끝까지 번쩍 하고 떠올랐지.
마치 악보에 적혀있는 것 같았다네.
다른 주제는 어떤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
주제 선율은 이미 마음에 있었고 전체로서의 작품을 파악하려고 했다네.
그건 마치 미국을 묘사하는 음악적 만화경이나 다름없었지.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미국적인 기운이랄까.
블루스라든지 도시의 광기 같은 것 말일세. 보스턴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겐 어떻게 써야할 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서 있었던 거야.”

 

"It was on the train, with its steely rhythms, its rattle-ty bang, that is so often so stimulating to a composer – I frequently hear music in the very heart of the noise... And there I suddenly heard, and even saw on paper – the complete construction of the Rhapsody, from beginning to end.

No new themes came to me, but I worked on the thematic material already in my mind and tried to conceive the composition as a whole.
I heard it as a sort of musical kaleidoscope of America, of our vast melting pot, of our unduplicated national pep, of our metropolitan madness.
By the time I reached Boston I had a definite plot of the piece, as distinguished from its actual substance."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도입부의 간질간질한 클라리넷 선율이 나에게 주었던 자극은 꽤나 강렬했다. 재즈 요소를 너무도 맛깔나게 녹여낸 멜로디는 마치 마약과 같이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번스타인도 이 곡을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의 비평으로 글을 마무리 한다.

 

이 랩소디는 하나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서로 다른 악절을 함께 묶어놓은 것에 가깝다.

하지만 주제 선율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듯 탁월하며 훌륭하다.

나는 지구상에서 차이코프스키 이래로 이러한 영감을 받은 멜로디 창작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곡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랩소디 인 블루'는 곡에 무슨 짓을 하더라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진정한 의미로서의 작곡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곡의 일부를 잘라내도 전체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합된 악절을 아무거나 제거해버려도 곡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흘러간다.

5분짜리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12분짜리 곡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오늘날 그렇게 연주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랩소디 인 블루'이다.

 

The Rhapsody is not a composition at all. It's a string of separate paragraphs stuck together.
The themes are terrific, inspired, God-given.
I don't think there has been such an inspired melodist on this earth since Tchaikovsky.
But if you want to speak of a composer, that's another matter.

Your Rhapsody in Blue is not a real composition in the sense that whatever happens in it must seem inevitable.
You can cut parts of it without affecting the whole.
You can remove any of these stuck-together sections and the piece still goes on as bravely as before.
It can be a five-minute piece or a twelve-minute piece.
And in fact, all these things are being done to it every day.
And it's still the Rhapsody in Blue.

 

 원래 이 글은 어제 작성 될 예정이었다. 에러가 나서 임시저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페이지를 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글의 대부분을 다시 작성 해야 했고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오늘 쓴 글이 더 만족스럽다. 신의 한 수였다고나 할까. '아메리칸 랩소디'에서 '랩소디 인 블루'로 곡의 제목이 바뀐 것 처럼 말이다.

 


 

※ 이 글은 2017년 12월 23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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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높이가 다른 두 음 사이를 급속한 음계에 의해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는 방법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