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교향곡 7번 가장조, 작품 번호 92
Beethoven - Symphony No. 7 in A major, Op. 92
노다메 칸타빌레의 메인 오프닝 곡인 이 곡은,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1화 오프닝 때 처음 등장한다. 치아키가 노다메의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서 탈출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뒤 분노의(?) 샤워를 하며 "(어제 있었던 일)기억 안 나~!"하고 소리치고 노다메가 웃는 장면에 뒤따라 바로 오프닝이 이어진다.
대개 대중적으로 인기 있고 널리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은 홀수 번호의 작품들인데 3번, 5번, 9번에 비해 7번 교향곡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으나 노다메 칸타빌레의 메인 테마곡으로 쓰이면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하고 춤곡과 같이 흥분되며 들뜨는 느낌이 들어 에너지가 넘치지만 특이하게도 2악장만은 다소 음울한 분위기를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4개 악장 중에서도 2악장이 가장 유명하다. 베토벤이 이 작품을 초연했을 당시에도 2악장의 인기는 유별났는데 곡이 끝난 후 청중들이 요구하여 즉시 앙코르로 연주되었다고 한다.
베토벤은 1811년부터 1812년 사이에 이 곡을 작곡 했으며 부유한 은행가이자 베토벤의 후원자였던 프리스 백작(Count Moritz von Fries)에게 헌정하였다. 이 작품은 1813년에 오스트리아 빈의 자선 음악회에서 초연 되었는데 그 음악회는 오스트리아-바이에른(Austro-Bavarian) 연합군과 퇴각 하던 나폴레옹 휘하의 프랑스군이 교전한 하나우(Hanau) 전투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해 개최된 것이었으며 현악 4중주 보급에 크게 이바지한 오스트리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베토벤의 친구였던 이그나츠 슈판치히(Ignaz Schuppanzigh), 독일의 바이올린 거장 루이스 슈포어(Louis Spohr) 등의 당대 유명 연주자들과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훔멜(Johann Nepomuk Hummel), 독일의 작곡가 마이베이어(Giacomo Meyerbeer), 모차르트와의 라이벌 의식으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작곡가 살리에리(Antonio Salieri)까지 세대를 어우르는 음악가들이 자리를 빛냈다고 한다.
베토벤의 청각장애가 심해진 탓에다가 당시의 악기로 베토벤이 원하는 힘과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자 신경이 날카로웠는데 슈포어의 말에 따르면 베토벤은 그 음을 특히 강하게 연주하라는 지시어인 '스포르찬도(sforzando)'에서는 팔을 격렬하게 떨어댔으며 세게 연주해야하는 '포르테(forte)'부분에서는 아예 공중으로 펄쩍 뛰어 올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껏 격양된 애국심과 들뜬 분위기 속에서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베토벤의 기분은 썩 좋지 않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작품보다 함께 연주되었던 '웰링턴의 승리(Wellington's Victory)'가 더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군인들을 위한 공연이었으니 '전쟁 교향곡'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의 '전쟁'에서 '승리'로 이어지는 구조와 후반부에 폭발하는 클라이막스에 터져나온 박수 갈채가 베토벤의 작품보다 컸을 것임이 지금 생각해도 예상 가능하지만 말이다.
아래 영상은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가 이끄는 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연주이다.
00:33/12:16/20:20/28:08 (악장별 시간 표시)
<곡의 구성>
1악장 Poco sostenuto 약간 음을 끌어서 늘어뜨리며 – Vivace 매우 빠르게
A major 가장조
2악장 Allegretto 조금 빠르게
A minor 가단조
3악장 Presto 매우 빠르게 – Assai meno presto 보다 매우 빠르게 (trio 삼중주)
F major 바장조 (trio in D major 삼중주는 라장조)
4악장 Allegro con brio 활기차고 빠르게
A major 가장조
이 곡은 1악장의 길고 거대한 서주로 시작하는데 신비로운 화음과 음계를 반복하며 빠르고 경쾌한 춤곡으로 점점 변모한다. 2악장에서는 장송곡과도 같은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며 새로운 악기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감정이 점점 깊어진다. 중간 부분에서 따스한 위로의 선율이 잠시 느껴지지만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2악장이 마무리된다. 3악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역동적인 에너지가 흘러 넘치며 중간 중간 곡의 분위기를 이완시켜주는 얇은 선율이 대비되어 한 층 더 유쾌한 느낌이 난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속도와 박력을 보여주는 4악장에서는 일사분란하게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듯 휘몰아치며 곡을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헝가리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리스트(Franz Liszt)'는 이 작품을 일컬어 '리듬의 신격화'라고,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Richard Wagner)는 '무도의 신화'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는 베토벤이 "술에 취한 상태로 교향곡을 쓴 것이 틀림없다."거나 "정신병원에 갈 시기가 무르익었다."라고 비판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스스로를 '인류에게 맛 좋은 술을 빚어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 주신'이라 말한 베토벤에 있어 이보다 더 잘 맞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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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27일부터 이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으나 잠시 중단되어 오늘에야 마무리를 짓는다. 안 그래도 피곤한데 요즘 일이 자꾸 많이 생겨서 힘들다. 그래도 어떻게 꾸준히 계속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베토벤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 이 글은 2017년 12월 29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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