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은 어제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가벼운 잔기침이 끊이질 않길래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날이 지나치게 쌀쌀한 탓이겠거니 하고 넘겼다. 저녁에나 돼서야 내가 감기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보통 감기가 아님을 알아채는데는 더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열이 나고 기침은 더 심해졌고 나는 감기 몸살에 아주 제대로 걸렸구나 싶었다.
약을 먹지 않고 감기로부터 벗어나 보겠다는 다소 호기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는 겨우겨우 목욕을 마치고 따스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악몽에 시달리며 뒤척이다 새벽에 잠깐 깨어났는데 이럴수가, 잠든지 고작 1~2시간 정도 만에 깨어난 것이었다. 어떻게든 깊이 잠에 들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모두 헛짓이었다. 결국 감기약을 먹었고 조금이라도 증상이 나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의 효과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나는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기침과, 열과, 악몽과 싸워야 했다.
아침이 밝고 나서 고민 끝에 병원에 가기로 결정 했다. 2017년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있는 연말의 토요일 병원에는, 아니나 다를까 대기자가 긴 줄을 서 있었다. 접수 한 뒤 오랜 기다림 끝에 간호사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 증상을 물어 보았다. 감기 때문에 왔으며 열과 기침이 있다는 내 말을 듣고는 양쪽 귀를 번갈아 체온을 잰 후 열이 높다고 하며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서 독감 검사를 먼저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내 감기가 독감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독감 검사는 콧물을 채취해서 하는 것이었는데 검사를 하러 들어간 방이 대장 내시경실인데다가 면봉을 코 안 깊숙이 집어넣어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다는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겁을 많이 먹었으나 다행이도 내가 예상했던 것 만큼 면봉이 깊숙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전혀 불편한 검사도 아니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채취가 끝난 면봉을 작고 얇은 통에 넣어 휘휘 저어 가져갔고 나에게는 일회용 마스크를 하나 주었다.
검사가 끝난 뒤 조금 긴 기다림 끝에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독감이라고 간결하게 이야기 했고, 무슨 이유로 병원을 가던지 간에 매번 거치는, 막대로 혀를 짚고 손전등으로 목 안을 살피는 과정과 청진기 진찰을 마친 뒤 처방전을 주었다. 기침 가래약, 해열 진통 소염제 3일분과 타미플루(Tamiflu) 5일분을 받았는데 타미플루는 이틀 정도 복용하면 많이 증상이 완화 될 것이지만 5일분까지 꾸준히 다 먹어야 한다고 간호사 선생님도 약사 선생님도 여러 번 강조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약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효과가 뛰어났다! 지금은 한숨 자고 나서 글을 쓰는 중인데 열도 많이 내려간 것 같고 기침도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 약속이 많아 자꾸 밖에 싸돌아다녔는데 잠도 늦게 자고 피곤한 탓에 면역력이 극도로 저하되어 독감에 걸린게 아닌가 싶다. 주인으로서 몸 관리를 소홀히 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차피 고생하는 것도 내 몫이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집에서 마음 편히 요양이나 해야겠다.
※ 이 글은 2017년 12월 30일에 처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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